제 최초의 샤인머스켓 시식은 아마 대략 2015년 즈음일겁니다.

그때 아버지가 친구 아드님 결혼식 사회를 보셨었는데, 그 답례품으로 무슨 연구 진행중이라는 포도가 왔었거든요.

그게 제 기억으론 한 송이에 십만원이 넘었던거 같습니다.

아무데서나 파는거도 아니라고 첨언을 들었었죠.

그때 처음 먹었던 샤인 머스켓은 그야말로 신세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.

그렇게 달고 맛있는 포도는 난생처음이었죠. 입안 가득히 도는 그 이상한 열대과일의 향때문에 홀린듯이 포도를 먹었던거 같네요.

그리고 몇년 뒤 제가 그때 먹은게 샤인 머스켓이란 걸 알게되었고, 이후 저는 퍽 여러곳의 샤인머스켓을 사서 먹었습니다.

맛있었지요.

그런데 그때의 기억처럼 맛있는 샤인머스켓은 먹을수가 없었어요.

어쩔수 없는 일이죠.

원래 첫사랑과 첫 시식은 다 그렇게 과거의 환상속에서 살게 되는거 아니겠습니까.

그래서 그냥 이렇게 기억만을 남기고 쭉 살게 되겠구나 생각했는데, 이번에 이곳 포도원의 샤인 머스켓을 먹고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엇습니다.

농부님의 정성덕에 이렇게 맛있는 포도를 다시 먹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네요. 고맙습니다.

저는 내년에 다시 또 찾아뵙겠습니다. 올해의 포도는 이미 제 곁에 있고, 내년엔 내년의 포도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.

알알이 영그는 포도처럼 싱그러운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.